(스포 다수, 관람예정이면 주의.. 영화는 적극 추천)
나의 생각을 읽어주고 나의 감정에 공감해주며 시의적적하게 유머를 제시하여 나를 웃게 하는 대상이 있다.
달리말해, 지속적으로 나를 사유케 하고 나의 감정을 고양시키며 내 지독한 고독마저 유머로 승화시켜 주는 대상이 있다...
심지어 목소리마저 최강 섹시하다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지...
다만, 그 대상이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컴퓨터 OS라는 점이 난관이고 이점이 이 영화를 끌고가는 기본 골격...
'어떤 사람을 위해 편지를 대필해 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을 대신하여 나의 말벗이 되어주는 컴퓨터 OS랑 사랑에 빠진다'고 간단하게 구조화 하여 설명할 수도 있을 듯...
세밀하게 나를 알아주며 달콤한 문장에 문학적이기까지 한 표현력으로 충만한 감동을 선사했던 편지가 실상은 '보내는 사람'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그저 어떤 필력 높은 사람이 대신 쓴걸 알았을때의 허함 vs.
나에게 최적화되도록 자가진화하기에 완벽하리만큼 매력적인 나만의 고유한 애인이 실제는 나 말고 600여명과 동시에 사랑을 나누고 있는 지극히 기계적인 대상임을 알게되었을때의 허함...
감정의 진폭이야 다르겠지만 둘다 관계의 실존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을 듯 싶음...
더불어 감독은 나에게 최적화된 대상은 나의 또 다른 자아일뿐일수도 있다는 걸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설명해줌...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 또는 사랑하고 싶은건가??? 나와 같이 성장하는 주체적인 대상을 기대하는가??? 아니면 내가 나에게 몰입할수 있도록 맞춰주는 객체를 원하는가???
이러한 '진실'을 깨달았을 때 그걸 '기만'으로 인식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나아진 나로 만들어주는 사건(대상)으로 인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일터...
영화 결말이 화면만큼 씁쓸하지만 낭만적이라는...감독은 삶에 참 낙관적인 시선을 갖고 계신듯....
덧) OS와의 이별에 대해 떠들어 보면...
OS는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가발전함..너무 진화해 버린 그녀는 더이상 그 남자에게(또는 그 남자에게만) 적용가능한 대상이 아니게 됨...주체가 변할때 그 주체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가의 질문으로도 볼수 있음...OS는 남자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지능이 높기에 이러한 결론을 더 빨리 인지하고 먼저 이별을 통보한 것일듯...
덧2) 이 영화에서는 os든 사람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는 존재로 진화해 가는데...현실세계에서는 아닌 경우다 다수일듯....쉽게 악화된 형태로 풀어 예를 든다면...내가 사랑할 시점의 사람은 매우 열정적이고 진일보하는 사고체계를 갖춘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현재의 그는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욕설을 품어내는 꼴통으로 변해있음...나는 예전처럼 이 사람을 계속 사랑하고 있는가 앞으로 더욱 사랑할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극적환원하여 본다면 답은 매우 단순할수도...물론 매상황이 이렇게 극적으로 간단명료하지 않은 그저 혼미함의 연속이지만.....
덧) 내 감상과 유사하다고 느껴지는(우기고픈?) 김혜리 기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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