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사회

[펌] 결혼한 뒤 후회하지 말고 결혼공부합시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10. 11:55

그래서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이렇게 세상의 동화들이 끝나는 이유는 아이들의 꿈을 깨뜨리지 않기 위함이죠. 사회는 알록달록 예쁘게 칠해진 마법의 성 같은 곳이라고 동화는 아이들에게 속삭일 뿐, 맨얼굴이 어떠한지 알려주지 않죠. 멸균처리된 우유를 들이키듯 아이들은 동화를 보면서 우유빛깔 결혼생활을 키웁니다.  

아옹다옹하면서도 둘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이렇게 많은 드라마가 끝나는 까닭은 사람들이 그런 결혼을 욕망하기 때문이죠. 결혼한 다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펼치는 순간, 시청자들은 인상을 구기게 됩니다. 지긋지긋하고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대중들의 욕구에 맞춰 드라마 속 남녀주인공은 무척 멀끔하게 생겼고 둘의 만남도 달달하죠. 사람들은 드라마에서까지 삶의 진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의 뾰족함은 도깨비불로 얼룩진 결혼이란 색종이상자를 부욱 찢어버리죠. 동화와 드라마로 암만 앙증맞게 꾸미고 이것저것으로 둘러치고 가려도 결혼의 속살은 웬만해선 견디기 어렵죠. 자신의 결혼생활이 왜 아름다운 동화나 달콤한 드라마가 아니냐고 사람들은 볼멘소리를 합니다. 결혼까지 가는 동안 겪었던 설렘과 들뜸은 결혼식을 치르는 순간부터 숙지근해지더니 왜 결혼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네요.  

결혼을 하면, 생활을 함께해서 좋을 거라고 여겼지만 연애할 땐 눈에 띄지 않던 자잘한 것들이 싸움의 불씨가 되어 툭하면 전쟁이 벌어집니다. 잠깐이라도 없으면 안 될 거 같던 사람이 이젠 제발 좀 사라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절절해지죠. 이 사람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코를 골며 옆에서 자고 있으니 눈앞이 아련해집니다.

없으면 미칠 거 같던 사람이 이젠 있어서 미칠 거 같아지는 결혼생활. 영화 <싸움>

 

참말로 사랑한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쭉 사랑을 하면 되는데 왜 결혼을? 

사실, 결혼에 사랑이 있기가 더 버겁죠. 결혼은 자신들의 감정을 의례처럼 만들고, 습관처럼 하는 일입니다. 조금 서늘하게 말하면, 결혼이란 함께하자는 약속을 상대가 어기지 않도록 서로서로 얽어매는 올가미이자 자기 안에서 용솟음치는 사랑이란 기운을 어쩌지 못해 그 감정을 줄이려고 생활에서 똑같은 것을 되풀이하자는 계약입니다.  

따라서 결혼이 연애 같을 수 없다는 걸 헤아려야겠고, 참말로 사랑한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쭉 사랑을 하면 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유’를 지녔던 상대가 결혼이란 거푸집 속에서 들어가 날마다 똑같은 꼴로 찍혀서 나오는데도 불타오르게 사랑을 한다면 그게 더 야릇한 일이죠. 자신 또한 그렇게 변했기 때문에 상대도 시큰둥하기는 매한가지죠. 감정은 식었지만 아이도 생겼고, 결혼신고도 했으니 지겹더라도 속절없이 삽니다.  

대부분 부부들이 다시 결혼한다면 배우자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털어놓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해서 더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경험이 쌓였으니 결혼생활을 더 알콩달콩 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결혼은 ‘누군가’를 만나느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어떻게 살겠다는 고민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를 만나든 사달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요즘엔 이런 고민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일부일처제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네요. 홀로 사는 사람, 동성 친구들끼리 사는 사람, 동거, 싱글맘, 돌싱, 아내 없이 아이를 키우는 남자 등등 여러 색깔의 비혼들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외국은 한 발 더 빠르죠. 2008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39.7%, 170만 명이 미혼 여성에게서 태어났다고 하네요. 1980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지요. 이렇게 미혼출산이 많아지는 까닭은 경제능력을 갖춘 여자들이 많아지면서 꼭 결혼을 해야 애를 낳는다는 이데올로기가 무너졌기 때문이죠.

 

시대흐름에 따른 새로운 결혼제도를 만들고 더 깊은 만남에 대해서 고민해야 

유럽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그냥 동거하는 남녀가 쌔고 쌨어요. 결혼식을 치르거나 결혼신고를 하면 나중에 성가시고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우선 살아보고 난 뒤 잘 맞으면 결혼을 하는 게 보다 타당하다는 생각이 유럽사회에 깔렸기 때문이죠. 이러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평생 홀로 사는 사람도 많고, 짝을 바꿔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요. 여자들의 지갑이 두툼해진데다 남자들의 생각도 달라졌고, 사회제도도 그에 맞춰 바뀌고 있으니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일어나겠죠.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변화들을 고민하고 받아 안아야 해요. 예컨대, 프랑스는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es)’을 만들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죠. 한국도 시대흐름에 맞춰서 결혼제도의 구멍들을 짚어보고 새로운 마당을 열어가야 합니다.  

모든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죠. 사랑이 영원하다는 허깨비는 눈가리개처럼 현실을 제대로 못 보게 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혼이란 꼬리표가 두려운 나머지 결혼이란 멍에를 쓰고 질질 끌려가듯 사는 건 모두를 지치게 하고 생채기만 만들죠. 결혼이 갖고 있는 무거움은 걷어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혼을 쉬이 하자는 게 아니죠. 철마다 갈아입는 옷처럼 짝꿍을 바꾸는 건 더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니까요.  

그러므로 자기가 왜 결혼을 하는지, 오늘날 결혼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직 한국에선 결혼예비교육이 낯설지만 미국과 독일 등에선 이미 고교과정에 들어가 있어요. 가정경제, 생활습관과 자녀계획, 대화법과 갈등 해결법, 건강과 성생활 따위 결혼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죠. 교육을 받고 고민을 한 사람과 남들 하는 대로 때가 되어서 결혼을 한 사람의 결혼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볼맞추는 탱고입니다. 그런데 꼭 탱고를 춰야하냐며 홀로 힙합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아크로바틱 등등 새로운 춤을 찾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결혼에 대한 윽박지름은 덜어내면서 만남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해야 할 때입니다. 결혼은 동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 출처 : http://blog.ohmynews.com/specialin/330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