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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최소한의 선의

법체계는 엄격한 위계질서의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법보다는 개정된 새로운 법이 우선하고(신법 우선의 원칙), 주택임대차보호법같이 특수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만든 법이 일반법인 민법에 우선하며(특별법 우선의 원칙), 법의 체계상 상위법이 하위법에 우선한다.(상위법 우선의 법칙) 그리고 이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법이 헌법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 칸트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도덕적 자율성에 두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독자적으로 양심에 따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 존재이므로 그 자체로 목적으로서 존중되어야 ..

무한/독서 2022.09.16

[발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배우 메릴 스트립이 분노했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타인을 조롱하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다른 모든 이의 삶에 퍼져 나갈 것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승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예외에 집중할수록 평균은 더 나빠진다. 한국에는 늙은 꼰대 뿐 아니라 자신을 우주의 중심인 줄 착각하는 젊은 꼰대도 많다. 미국사회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누구든 모든 흑인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데 지나친 일반화 아니냐고 입을 삐죽거릴 게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피부색만 보고 지레 의심하는' 상황 때문에 모멸감을 느끼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흑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서 끄집어내야 할 일반화는 '백인 모두가 차별하는 건 아니다'는 폭력적 기만이 아니라 '흑인 모두가 차별의 대상..

무한/독서 2022.08.08

[영화] 헤어질 결심

지자요수(智者樂水)인자요산(仁者樂山) 공자님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바다가 좋아요. 내 어머니의 친부모도 항일운동가였습니다. 그분들이 일분군에 의해 돌아가시자, 계봉석씨가 내 어머니를 입양해서 키웠어요. 그런 사실이 핏줄보다 중요한 거 아니야? 첨부터 좋았습니다. 날 책임진 형사가 품위 있어서.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무한/문화 2022.08.05

[발췌] 다정소감

언어에는 자기실현적인 면이 있다 나의 뇌는 게으르고 보수적이며 다분히 확증 편향적이다. 의식을 들여 노력하지 않는 한, 어쩌면 노력을 해도 평소 생각해오던 방식, 익숙해서 편안한 방식대로 정볼르 처리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제아무리 신선한 개념을 담은 책이라도 나라는 낡은 필터를 거치면서 유실되는 의미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말을 반 정도만 믿는다. 경험을 받아들이고 응용하고 쌓아가는 데에는 여전히 확증 편향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나'가 개입한다.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어본 타인의 충고는 나와는 다른 그 사람만의 경험담일 뿐이지만, 그 '다름'이 내가 미처 고민해보지 못한 다른 가능성들에 눈을 돌리게도 한다. "내가 괜힌 건넨 충고가 네 경험을 제한할까봐" "네가 선택한 경험에..

무한/독서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