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독서

[발췌] 보통 일베들의 시대

Mu Han 2023. 9. 24. 21:55

박권일은 '일베 루저론'을 적극 반박하며, '그들 대부분은 '루저-백치-괴물'이 아니라 한국의 "평범한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베 이용자들은 '사회적 불평등의 확산과 시민교육의 부재'가 만들어낸 "희생양 찾기"를 통해 "착취와 피해"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돌리며, 이는 기실 '일베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보편증상'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일베라는 것이다.
박권일의 주장은 일베를 악마화하는 '과대평가'나 루저로 격하하는 입장에서 벗어난 최초의 논의 중 하나라는 데 의미가 있지만, 일베를 일베로 규정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남성의 욕망에 포섭되지 않는, 소비문화와 칙릿문화를 받아들인 여성들에 대한 분노는 이들이 남성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친밀성의 기획을 좌절시킨다는 분노로 이어지며 이후 일반으로서의 김치녀를 예비했다.  

'이미 망한' 커뮤니티인 일베는 일베의 존망과 상관없이 다양한 얼굴로 현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기획한 웃음의 상당수가 우월적 웃음, 즉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짓는 비웃음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표상되는 한국적 웃음 모델은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비하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상호 모멸의 메커니즘"의 원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병역에 관한 논쟁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군대가서 희생하는 남성' 대 '군대도 가지 않고 평화를 누리는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강고하게 작동하며 성 대결을 촉발했다. 이는 기성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여론이 IMF 이후 가시화된 한국 사회의 좌절이나 분노의 에너지를 남녀 간의 대립구도로 전이시켜 여성혐오를 방조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장헀다고 말한 배은경의 지적과 일치한다. 환언하면 진보를 자임하던 네티즌들도 젠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보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경항은 통상 사회면에 실리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에 대한 반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계급이나 성별 같은 생득적 요소가 아닌 노력에 의한 성취를 핵심으로 하는 능력주의는 연줄 사회로 대표되는 생득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해방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작업의 8할 이상은 데이터 전처리다. 많은 경우 데이터 전처리는 '노가다'작업인데, 인간의 언어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려면 전처리 없이는 어떠한 분석도 할 수 없다. 전처리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바꿔주는 과정을 말한다.

능력주의를 찬탄하고 그 경주에 동참한 이들은 자신의 패배를 능력(그리고 무엇보다 노오오력)의 부족으로 돌리며 분배의 불평등을 수긍한다. 또한 자신과 같은 경쟁 트랙에 서지 않는 이들은 '다른'이들이 아닌 '틀린', 나아가 '나쁜'이들로서 일종의 위협으로 여기게 되는데, 능력주의를 체화한 일베 이용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 살펴보게 될 일베(적) 혐오표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일베 게시물을) 세부 혐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욕설 등 '단순 악플'이라 할 만한 게시물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악명 높은 일베의 여성혐오를 증명하듯 여성/가족에 대한 혐오표현이 그 뒤를 이었다. 여성 혐오표현은 양적으로도 매우 많지만, 게시물당 평균 댓글수와 추천수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 관련 혐오표현은 욕설만으로 의사소통의 시작과 끝을 맺을 수 있는 일베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고려한다면 혐오의 '대상'이 적시된 주제로는 최대의 '지분을 차지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 외 중국으로 대표되는 인종/국적 혐오표현과 호남으로 대표되는 지역 혐오표현은 13% 내외의 비율을 보였으면 5% 미만의 수준으로 연령 및 성소수자 혐오표현이 나타났다.

일베가 선봉에 서서 쌓아놓은 여성혐오의 카르마로 '여자 일베라는 악명을 얻은 메갈리아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일베는 뒷짐을 지고 전선에서 빠진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베가 빠져나온 자리를 채우고 여성과의 전면전에 나선 이들은 여성과 페미니즘 의제에 온정적이었던 나머지 남성들이었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이 가지고 있는 상징, 다시 말해 계급 재생산의 유력한 도구가 학벌이라는 점에서 높은 학벌의 소유자는 중간계급 이상의 물적토대를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할 것이다.

모든 관점은 평등하지 않다.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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