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은, 권위주의적 통치 경험의 잔재를 지우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는 민주국가 한국이 지닌 부정적 측면 두 가지를 부각시켜. 첫째는 한국 정치가 활기에 넘치고 자유롭기는 하지만 여전히 청렴하지 못하다는 것임.
- 재벌이 구석구석 손을 뻗치고 있는 한국에서 정경유착이 병폐가 되고 있어. 상황이 개선되어 온 것이 사실임.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 4명 중 2명은 부패로 수감되었었으며 다른 2명의 아들들도 비슷한 죄목으로 투옥되었음.
-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반도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5억달러의 비밀자금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문제의 자금을 북한으로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투신자살했음.
- 둘째 정재계의 부정행위가 폭로되는 경위도 우려의 대상임.
- 멕시코에서 장기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은 신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기소를 막아주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음.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신임 대통령은 매번 전임 대통령에게 사법적 사냥견을 풀어놓아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려 해 왔음.
- 아시아 여러 지역은, 1996년 한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고 민주화시위를 탄압한 죄로 재판을 받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나중에 사면되었음. 그러나 ‘세기의 재판’으로 일컬어지던 이런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어
- 이는 실로 한국 민주주의에서 유감스러운 측면임. 한국은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을 사법제도 강화와 정치 정화의 촉매로 삼는 것이 좋을 것
-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님. 독재정권과 권위주의적 정부가 만연한 아시아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임.
- 한국은 20년 전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음. 이는 독재정권만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되었음.
- 더욱이 한국은 일본처럼 정체된 민주주의가 아님. 일본은 선거가 자주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동일 정당이 거의 50년간 집권을 유지하고 있어
- 한국의 민주주의는 쿠데타나 헌정위기로 자주 중단되는 태국이나 필리핀의 민주주의와도 달라.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민선 대통령 4명 모두가 정해진 임기를 마쳤음.
-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웃사이더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에 가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은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음.
- 한국의 민주주의는 격렬해질 수도 있어. 국회의원들은 의사당에서 싸우고, 국민들은 걸핏하면 수십만명씩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가장 최근의 예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항의 시위였음. 이런 열정은 조롱당하기 쉽지만, 권력층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성향이 지나친 아시아 지역에서는 흉내 내기도 어려운 것임. 적어도 한국은 참여민주주의임.
- 부패와 권위주의적 저류를 떨쳐내지 못한 한국에 대해 이런 결론은 도출하는 게 순진해 보일 수도 있어. 그러나 북한과 비교해 보면 이런 결론을 확인할 수 있어
- 분단 당시 남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모두 가나와 유사한 수준이었음.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가나의 28배에 달하며 아마도 북한과는 그 차가 훨씬 더 클 것임.
이번 주 김정일은 핵실험을 단행해 한국의 위기의식을 고조시켰음. 그러나 한국은 애도와 반성의 시간에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정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한 두 가지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 출처 : http://www.ft.com/cms/s/0/f5fa733a-4b1d-11de-87c2-00144feabdc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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