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독서 245

[발췌] 보이지 않는 여자들

영국 교통부의 연구는 남녀 간 위기 인식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여자의 62%는 주차빌딩 안을 걷는 것을 두려워하고, 59%는 버스 정류장이나 기차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범죄에 대한 공포는 특히 저소득층 여성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살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근무 시간이 9-6시가 아닐 확률이 높아서 한밤중에 귀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수인종 여성의 경우에는 방금 언급한 이유들에 인종혐오범죄의 위험까지 더해져 더 큰 공포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공포와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의 공식 통계치가 명백히 불일치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자들이 인지하는 위협이 잡다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자들이 더 심각한 행위조차도 ..

무한/독서 2023.04.22

[발췌] 가부장제 깨부수기

추천 해제 백년 전 여성에게 참정권을 달라고 사위하던 여성 참정권로자에게 중절모를 쓴 신사들은 왜 귀부인들이 정치 같은 골치 아픈 일에 관여하려고 하냐며 남성에게만 참정권이 있는 건 여성에 대한 배제가 아닌 배려라는 헛소리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온정적 성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 또한 문제 자체의 초점을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성차별이 아니라 젠더 갈등에 있다는 식이다. 문제의 초점이 이렇게 이동하면 문제해결에 대한 방법론도 달라진다. 성차별이 문제라면 성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제더 갈등이 문제라면 갈등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해법이 등장한다. 성차별주의자들이 아니라 성차별을 없애자는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모든 여성이 모든 남성보다 지위가 낮은 건 아니다..

무한/독서 2023.04.22

[발췌]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회복탄력성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는 내면의 자원이다. 뇌의 경보 시스템은 과잉반응을 일으켜 우리는 사소한 사건에도 투쟁/도망/얼음 반응을 보인다. 이 반응은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불안감과 온갖 신체 증상을 유발한다. 대체로 우리는 사건을 실체보다 더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우울증과 불안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사람은 회복탄력성이라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 잠재력이 여기저기 부딪혀 마모된다. 사회적 조건화도 마모의 원인이 된다. 성별에 따른 기대치, 인종, 사회적 지위 등 압박과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여러 요인이 사회적 조건화를 만든다. 사회적 관습에 순응하든 안하든 가족, 스트레스, 편견, 빈곤 트라우마, 폭력 등이 전반적으로 작동해 역경에 반응하는 방식..

무한/독서 2022.12.26

[발췌] 감정이라는 세계

케이건 교수는 공포지수가 매우 높은 기질의 사람은 대체로 신중한 편인데, 이는 이들이 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첨단 기술의 세계에 살고 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무모한 돌진보다 신중함과 숙고가 더 필요하다.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여행한다.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우리는 일의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말 그래도 자아의 동그라미 반경이 넓어지는 것이다. 초점을 좁히고 날카롭게 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사랑은 반대로 작용한다. 사랑은 우리를 열어주고 다른 사람을 자신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우리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확..

무한/독서 2022.12.26

[발췌] 휴먼카인드

"만일 더 영리한 여우를 원한다면 영리함을 선택하지 말라. 친화성을 선택하라." 인간을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특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초사회적 학습기계로, 우리는 배우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놀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좀 더 사회적인 동물로 진화하면서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은 포커페이스가 전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감정을 노출하는 동물이며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은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특별한 능력이다. 일부 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 언어 발달 역시 사교성의 산물이다. 인류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한다. 의사소통과 대립, 연민과 저항, 홀랜도는 사실상 모든 참가자가 이러한 전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홀랜더는 "밀그램의 영웅을 구..

무한/독서 2022.12.22

[발췌]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만일 모든 사람이 인류의 유일한 의무가 진화 과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사회는 방향 감각과 명확한 원칙을 상실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종교가 필요하다. 종교는 삶이 목표를 규정하고, 그 목표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형태를 알려준다. 내가 깨달은 바에 따르면, 진정한 만족감은 너희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유전자에 이타심을 갖고 태어난 듯하다. 관용은 우리의 생득적 자질이다. 다른 사람들이 너희 자신보다 너희를 더 잘 알 수도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너희의 특별한 재능, 혹은 내가 황금 씨앗이라 칭한 것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너희 스스로 그 능력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교사, ..

무한/독서 2022.12.22

[발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확답을 잘 하지않고 그럴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만 한다.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과학자들의 의심은 남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 자기 자신이 가장 많이 습격당한다. 일찍이 철학자 데카르트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했던가. 과학자들은 그말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의심하고, 그 답을 구하려 애쓰며, 답을 찾은 뒤에도 과연 답이 하나뿐인지 또다른 측면에서의 답은 없는지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가 하는 일이며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이라 부르든 ..

무한/독서 2022.12.20

[발췌] 인생의 역사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상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비대칭적 짝이 불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울 수 있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렇다. 부모에게 아이는 사랑스럽고,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하다. 최소한 이것은 그 반대의 상황, 즉 부모에게 아이가 필요하고 아이는 부모를 사랑하는 상황보다는 언제나 낫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으로 45년을 살았고 누군가의 아버지로 아홉 달을 살았을 뿐이지만 그 아홉 달 만에 둘의 차이를 깨달았다. 세상은 '자식 잃은 엄마'를 '슬픔의 상징'으로 생각하나, 정작 그녀는 충격과 분노, 무력감과 굴욕감 등에 시달리며 내내 울었을 뿐, 그런 감정과는 다른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어쩌자고 이런 것까..

무한/독서 2022.12.12

[발췌] 묘사하는 마음

틸다 스윈튼은 이례적인 경우다. 그는 영화가 신화의 지위를 포기한 이후, 현대 영화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피안을 상징하는 얼굴, 말하자면 우리가 소유한 적 없는 얼굴을 갖고 있다. 에일리언, 신, 신상, 틸다 스윈튼에 관한 기사에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다. 통상 여배우를 '여신‘이라고 칭할 때는 대단한 미인이라는 의미로 '여'에 방점을 찍지만, 틸다 스윈튼의 경우는 '신'에 악센트가 있다. 틸다 스윈튼은 본인의 비범한 몸을 남성과 여성, 게이와 스트레이트, 인간과 신성, 추상과 리얼리티 사이에서 관객이 주체적으로 교섭을 벌이는 장소로 제공하는 희한한 배우다. 평범한 화면 속에서도 연초점으로 촬영된 듯 미스터리를 안개처럼 두르고 있는 그의 '미친' 존재감은 에서 케빈이 이혼을 논의하는 부모에게 던졌던 "내가 ..

무한/독서 2022.11.24